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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살고있는 곳은 전형적인 서민촌입니다. 그래서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재개발에 들어갈 지역입니다. 저희집 곁엔 칠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십니다. 저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입니다. 그래서 항상 오전 여섯시면 그야말로 '칼 같이' 집을 나서 출근을 하지요. 하지만 그 할아버지께선 저보다 한 수 위십니다. 제가 버스정류장으로 출근길을 서두르다 보면 그 할아버지께선 어느 새 손수레에 가득 종이류와 빈 병 등의 재활용품을 수거하시곤 집으로 돌아오시기가 일쑤이니 말입니다. 저희집 현관 앞엔 그 할아버지께서 갖다놓으신 커다란 종이박스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평소 독서를 좋아하기에 이런저런 장르의 책과 신문을 많이 봅니다. 그렇게 읽고 난 다음엔 그 할아버지께서 비치해 두신 종이박스에 담곤 하지요. 그리곤 그 박스가 넘칠 때가 되면 할아버지 댁으로 갑니다. "할아버지, 종이 가져가세요." 헌데 어제 아침의 출근 전에 보자니 전날에 보고 난 월간지와 신문 따위들로 종이박스가 얼추 포화지경이었지요. 그래서 어제 아침 출근길에 뵌 할아버지께 다시금 "(저희집의) 종이 가져가세요"라고 했습니다. 어제 그렇게 출근하여 업무를 보고 저녁에 퇴근을 했습니다. 근데 아내가 저녁상에 올리는 국을 보자니 구수하고 그 맛까지 기가 막힌 봄동 된장국이었습니다. 갓 지은 쌀밥을 구운 김에 넣고 양념 간장에 찍어 먹고 그 봄동 된장국을 떠먹자니 이 세상의 그 어떤 산해진미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마치 머슴처럼 입이 미어져라 밥을 맛나게 먹자니 아내가 물더군요. "그렇게 맛있어?" 그래서 주저 없이 답했지요. "그럼~! 정말 맛있다. 근데 당신, 오늘 시장에 다녀온 거야?" 하지만 아내는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었습니다. "아냐, 옆집 할머니께서 아까 한움큼이나 갖다주시더라고." 순간 '그깟' 종잇조각이나 모았다가 드리는 게 나눔의 전부인 저에게 두 분께서 평소 텃밭에 자식처럼 키우신 푸성귀인 봄동까지 주셨구나 싶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한편으론 이웃 간의 정이 듬뿍 담긴 봄동이었기에 제 입맛은 더욱 좋아졌음은 물론입니다. 흔히 말하길 나눔은 사랑이라고 합니다. 물론 받는 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기실 알고 보면 주는 것처럼 좋은 일은 다시없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그 할아버지 내외분과 저희는 똑같이 없이 삽니다. 또한 이 지역이 재개발이 된다면 필경 그 할아버지 내외분과 저흰 이별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함께 이웃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앞으로도 콩 한쪽이라도 나누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웃의 할아버지께서 늘 강녕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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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hks007)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