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관련 보도

[사설] '성냥갑 아파트' 찍어내는 재개발 방식에 발상 전환을

신촌지킴이 2009. 2. 12. 20:47

조선일보[사설] '성냥갑 아파트' 찍어내는 재개발 방식에 발상 전환을

정부가 재개발사업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상가를 세입자에게 우선 분양하고, 상가 세입자에 대한 휴업 보상비를 소득 3개월분에서 4개월분으로 늘리는 등의 재개발 사업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세입자가 옮겨 살 곳을 먼저 확보한 뒤 개발을 시작하는 순환개발 방식을 추진하고,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분쟁조정위원회도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세입자들이 요구하는 상가 권리금 보상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고, 세입자들이 옮겨 갈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파트 분양에 치우쳐 있는 현재의 재개발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없이는 갈수록 더 크게 더 험악하게 되풀이되는 재개발 갈등을 풀 수 없다.

불도저로 판자촌을 밀어내고 거기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1970년대식 재개발 방식에선 이제 벗어나야 한다. 성냥갑처럼 볼품없는 아파트만 잇따라 들어서 도시 경관을 망가뜨리고, 도시 기능을 왜곡하고, 거주자의 생활 문화를 획일화시키는 부작용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현재의 재개발 방식으론 서민을 위한 주택을 없애고 만다. 서울시 28개 뉴타운의 경우 63% 선이던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이 재개발 이후엔 30%로 줄어든다. 전세가격 4000만원 미만인 주택은 재개발 이전 83%에서 0%가 된다. 가장 먼저 사업이 끝난 길음 뉴타운의 경우 원래 주민은 10%밖에 남지 않았다. 서민들로서는 자신들을 일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 외곽으로 추방하는 듯한 이런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규모 철거와 이주로 주택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 전세난과 집값 급등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사태도 문제다. 서울의 뉴타운 사업 등으로 올해 3만1061가구가 없어지는 데 비해 새로 공급되는 주택은 1만1669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내년엔 4만8689가구가 없어지고, 2만2539가구가 공급돼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세값은 오르는 일도 이래서 벌어진다.

선진국에선 아파트와 초고층 오피스빌딩만 짓는 한국형 재개발 방식을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오래 전에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도시 재생(再生) 정책으로 전환했다. 17년 걸린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의 경우 극장·박물관·미술관·호텔·오피스빌딩과 주택 등을 두루 갖춰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도시다. 영국 런던의 카나리워프와 도크랜드도 마찬가지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태양광 주택단지 조성을 비롯한 친환경 도시설계로 '그린 도시'의 모델로 꼽힌다. 영국 게이츠헤드는 낡은 제분소 건물을 현대 미술관으로 개조해 굴뚝산업 도시에서 문화관광 명소로 태어났다. 우리의 도시 재개발 사업에도 이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입력 : 2009.02.11 22:02 / 수정 : 2009.02.11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