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발, 그냥 좀 놔두세요! | ||||||||||||||||||||||||||||||||||||||||||
| 백련산, 홍제천 근처에서 본 '눈 버릴' 풍경들 | ||||||||||||||||||||||||||||||||||||||||||
| 며칠 전, 가까운 산에 올라갔다. 오후 세시 넘어 집에서 나가는 길인지라,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올 수 있는 산, 차비도 아낄겸 걸어서 갈 수 있는 산을 골랐다. 집에서 삼십분 즈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그 산 이름은 '백련산.' 그렇게 가까운 곳인데도 가본 지도 벌써 한참이다. 일년도 넘었나 보다. 백련산 밑자락에 있는 시장 풍경을 보며 '그대로네~' 하며 오랜만이라는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백련산 근처로 가까와질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에 깜짝 놀랐다.
살벌한 풍경에 어이가 벙벙했다. 차근차근 주위를 둘러보며 조금씩 올라가보니 이 살벌한 풍경이 나온 배경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관리처분 계획인가'를 경축한다는 현수막이 걸리기 전만 해도 저 곳에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벼운 발걸음들이 가득했을 것이다. 지금은 지나는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곳이 되버렸지만.
어떤 곳은 내가 사는 집 벽지보다 깨끗한 곳도 있었다. 깨끗한 벽지와, 가구들은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우릴 부수지 마세요. 우린 아직 멀쩡하다구요!"
처참한 풍경들에 마음이 복잡했지만 오랜만에 나선 길 그냥 돌아갈 순 없기에 빙 돌아서 산과 만날 수 있었다.
갑자기 딴 세상이다. 저 멀리 남산이 보이고 그 밑으로 죽 아파트 촌이다. 정말 성냥갑처럼 보이는 저 많은 아파트들. 바라보기만해도 숨이 막히는 저 공간에 들어가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발버둥을 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악착같이 굴고 있는지. 산에서 빨아들인 맑은 공기들이 갑자기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걱정도 밀려온다. 그나마 행복한 눈으로 바라본 바로 위 산 풍경들이 바로 이렇게 바뀌어 버릴까봐.
아파트 촌을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을 안고 산 밑으로 내려와 홍제천 길을 걸었다. 그런데 곧바로 내 눈을 더럽히는 장면을 만나고야 말았으니. 인공 분수대를 설치하는 모습이다. 저 자연스러운 바위 산을 인공폭포로 뒤엎을 요량인가 보다. 천 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뾰족한 분수대들을 바라보자니 무슨 총 같기도 하고, 섬뜩하다. 저 모습도 머지 않아 인공 물로 감춰버리고 물 위로 천연 색을 자랑하는 물길들이 뿜어나오겠지. 지나는 사람들은 마냥 멋있다고 그 모습을 바라볼 테고. 저 뾰족한 분수대를 먼저 본 사람이라면, 아마 천연색 분수 물길에 감탄만 내지르긴 힘들 테다. 자연을 짓밟고 나오는 인공 물길, 감탄은 커녕 경악해야 마땅한 일일 테니.
백련산 근처에서 더렵혀진 내 눈 백련산에서 조금이나마 씻어내고 왔건만 이렇게 홍제천이 내 눈을 다시 더럽히고 있었다. 정말이지 큰 소리로 외치고만 싶다. "제발, 제발 있는 그대로 좀 놔두세요! 집이건 천이건 산이건, 자연이건. 건드릴수록 망가질 뿐이에요. 자연도 우리네 삶도!" | ||||||||||||||||||||||||||||||||||||||||||
| 기사입력: 2008/12/29 [09:06] 최종편집: 1970/01/01 [09:00] ⓒ 은평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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