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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 (1)정부 대책 실효성 논란

신촌지킴이 2010. 2. 2. 13:55

공공성 강화’ 근본 해법 빠져 “정치적 미봉책”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ㆍ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 (1)정부 대책 실효성 논란

뉴타운·재개발사업이 도시민들을 빈민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개발 논리’에 묻혀, 살던 집이 사라지면서 살 곳을 잃은 서민들은 새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빚더미에 앉기 일쑤다. 뉴타운·재개발 광풍이 사업예정지 주변 전·월셋값만 올려놓은 탓이다.
 상가·주택 세입자들은 물론이고 작은 집 소유자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다.
 
‘헌집 주면 새집 준다’라는 논리에 재개발에 동의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높은 분양가로 인한
‘입주 부담금’이다. 분양권을 포기하면 주택소유자도 세입자로 전락한다.
 
더 큰 문제는 재개발사업이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진행되면서 소형주택 절대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살 곳’이 그만큼 없어지는 것이다. 개발이익은 대형 건설업체와 자본력을 갖춘 가옥주들이 나눠가진다. 없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얻는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10일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으나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예정지 내 주택·상가 등 세입자들은 “원하는 것은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고, 살던 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라며 비난한다. 경향신문은 뉴타운·재개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찾기로 했다.

한국작가회의·한국독립영화협회·민족미술인협회 등 문화예술인들이 10일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의 문제점 등을 밝히고 있다. 기자회견장에는 작가 50인이 이번 참사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며 그린 대형 걸개그림이 전시됐다.|강윤중기자


정부가 10일 ‘용산 참사’를 계기로 불거진 재개발 갈등과 관련해 제도개선방안을 내놨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노린 수익사업으로 전락한 재개발 사업의 근본적 해결 방안은 공공성 강화지만 이 같은 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형적인 정치적 미봉책”이란 비난이 나오고 있다.

우선 ‘순환재개발방식’이 실제 재개발사업에서 적용될지 의문이다. 정부 대책은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택공사나 SH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 또는 앞으로 지어질 보금자리주택을 주택세입자 등의
이주용 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 새로 지을 땅도 부족한 데다 임대주택도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재개발사업의 과속 개발을 막기 위한 순환재개발 방식은 사업의 순서를 정하자는 얘기인데, 현행 민간주도의 개발 방식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가능하지 않다”면서
“관련법 개정 등 정부의 의지없이 원칙적인 대안만 제시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갈등해소를 위한 분쟁조정위원회 신설도 이미 2005년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된
내용이어서 ‘재탕 대책’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당시 정부는 이를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키로 했지만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
 
경실련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조합원과 시공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재개발사업 절차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분쟁조정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의 발화점이 됐던 보상 문제와 관련, 정부는 상가 세입자들에게 주는 휴업보상비를 ‘3개월치 평균
소득’에서 ‘4개월치 평균소득’으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세입자들의 손실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용산의 경우 휴업보상비는 평균 2500만원 선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가 세입자들은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상황이다.

조합원 분양 후 남은 상가물량을 상가 세입자에게 제공한다는 계획도 비현실적이다. 이는 입지가 좋은 재개발
상가의 경우 기존 소유자에게 대부분이 돌아가고, 설령 일반 분양물량이 남는다고 해도 가격이 비싸 세입자들이 분양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논란의 핵심이었던 ‘권리금’ 보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은 이번 대책이 응급처방 수준이라는 얘기”이라며 “분양가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단순히 우선 분양권만 준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조합 회계감사와 감정평가사를 지자체장이 지정하는 것만으로 재개발 사업이 투명해지기에도 역부족이다. 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도 관련법에는 감정평가사는 지자체장이 추천하도록 돼 있다”면서 “지자체가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조합활동에 관련된 정보가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재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합이 시공사의 자금에 의존하다보니 조합원의 이익보다는 시공사의 이익을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순환재개발이나 임대주택 건설 등의 대책은 정부의 재정투입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 부분은 빠져 있다”면서 “자금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용산참사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가옥주에게 이주보상비를 부담시키면 재개발 사업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가옥주가 보상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개발 직전에 세입자를 강제로 내쫓거나 재계약을 거부하는 등 되레 상가 세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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