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소식/신촌지킴이게시판

진정한 명품도시’가 되려면

신촌지킴이 2007. 9. 18. 09:59
진정한 명품도시’가 되려면


‘명품’ 하니까 밀라노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명품브랜드의 매장들이 즐비한 그 곳에 반값 이상의 파격세일 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만만치 않은 세일가격에도 그곳에서 많은 한국인을 만났다. 여주에 들어선 명품아울렛매장이 개장하는 날에도 사람들로 붐비어 교통이 마비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런 모습에 걱정이 앞서면서도, 무엇이 우리를 열광하게 했을까를 생각하면 아마도 그 ‘명품’ 탓이었을 게다.


지난 7월, 인천을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인천시의 선포식이 있었다. 도대체 ‘명품도시’란 무엇을 의미하며, 진정한 명품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선행되어야 할지에 대해 진지한 토의가 필요한 때이다. 명품하면 값비싼 것이 생각나니 자칫 서민보다는 부유층이 사는 그런 곳을 만들겠다는 건 아닌지, 해석여하에 따라서 누구를 위한 어떤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명품’은 말 그대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이름을 떨친 고급브랜드를 말한다. 그러나 본래의 뜻은 오랜 전통과 우수한 디자인, 최고의 품질을 통해 명성을 얻은 제품이기에 반드시 ‘비싼’ 물건이라는 인식은 오해와 편견의 산물일 수 있다.


명품들은 품질에 승부를 건 장인정신으로 오랜 전통과 명성을 지녔으며, 만든 사람뿐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소중한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가치를 경험하도록 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따라서 명품 브랜드들은 자기만의 독창적 이미지와 전통을 토대로 소비자에게 귀하고 소중한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데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즉 명품은 우수한 품질과 고유한 디자인, 명성이 깃든 전통 등의 요소를 갖추고,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귀하고 자랑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가치로 정의한다면, 인천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운 프라이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명품인천’이 아닐까.


강화도의 화문석처럼 오랜 전통과 장인정신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들지 않았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이 된 경우도 있다. 정성껏 재배한 왕골을 곱게 물들여 한 땀씩 엮어간 화문석의 아름다움에 세계인을 탄복시킨 화문석을 우리는 자랑스러워하지 않는가. 긴 역사와 오랜 전통을 이끌고 가는 한결같은 품질, 철저한 장인정신과 혁신과 조화되는 보수성, 끊임없는 개발의 노력과 일관된 이미지 구축 등 비싼 것으로의 인식보다는 귀한 것으로의 가치 구축을 통하여 명품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통하여 인천시민임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까?


이제 도시는 더 이상 부동산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는 하나의 상품이며, 마케팅의 중요한 수단으로서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담은 독자적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진정한 브랜드란 상표나 표식 이전에 좋아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수단으로, 인천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운 프라이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사는 곳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동네에서 최고로 높게 건물을 짓고, 가장 유명하다는 디자이너에게 인테리어를 맡기고, 빚을 내어 프랑스와 밀라노에 가서 세계적 명품의 장식품을 사다가 집안을 꾸몄다고 자기 집을 명품이라고 우겨댈 수는 없지 않은가.


세계로 향한 육지와 바다의 인프라, 2009년 세계도시엑스포와 아시안게임 유치, 경제자유구역과 로봇랜드 등 각종 국책사업을 통하여 인천은 도시발전의 기회를 맞고 있지만, 인천인으로서의 긍지를 느끼게 할 인천만의 정체성을 담아낼 문화적 기반없이 이러한 것들이 어떠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개발이 그릇을 만드는 일이라면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화적 구심점에 대한 고민없이 명품으로 인식될 수 없으며, 명품도시는 ‘비쌈’보다는 ‘귀함’으로의 인식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문물이 유입되고 근대화의 시초가 된 인천이 변변한 전시장을 비롯한 문화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서울에 종속된 도시로 살아오지 않았는가. 지역에 기반을 둔 대표기업 하나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고 외국의 정체불명의 기업들이 인천에 온다고 그것을 글로벌 명품도시라 할 수는 없으리라. 물론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천도 매력적이지만, 부평이나 주안 같은 곳에 청소년 문화의 장이 열리고, 우리가 주체가 되어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인천하면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깃들 때, 그리하여 인천에 사는 것만으로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때 인천은 ‘명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