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진위와
시공사 알면서도 강행
구청 “개정법 시행 이후에나 제재 가능”
부평지역 내 구도심권
여러 곳에서 재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시행업체(시공사) 선정을 둘러싸고 주민간 극심한 분열양상을 보이는
데다가 심지어 양분된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측에서 각각 동원한 경비용역업체 직원들끼리 몸싸움까지 발생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관할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행정기관은 현재로선 이를 제재할 권한이나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교통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원칙적으로 조합 설립 이전
단계에서 선정한 시공권은 무효”라며 “조합 설립 인가 이후 조합원 총회를 통해 다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추진위 단계에서
시공사 선정이 이뤄져 온갖 잡음과 갈등이 발생되고 있다.
건교부 해석에 따르면 조합은 법인으로
재개발 행위 주체가 돼 조합의 행위는 민법상 효력을 가질 수 있는데 반해 추진위는 법적 행위 주체가 될 수 없다. 시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도시정비 기본계획을 결정·고시한 후 추진위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정비사업 계획안을 마련해 구청에 신청하면 구청장이
시장에게 이를 신청, 시 도시계획위에서 구역지정을 하게 돼 있고, 구역지정이 돼야 해당 조합원이 가려지고 그 때 조합을 설립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
하지만 재개발 대상 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통해 구청의 승인을 얻은 추진위에
컨설팅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과 조합 설립 준비 권리만을 준 것인데, 추진위가 이를 확대 해석해 권리를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추진위와 시공업체가 이러한 절차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도 이후에 조합원
총회를 통해 시공업체 선정에 대해 추인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선협상 대상자’
수준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시공권을 따내겠다는 시공업체와 사업 초기부터 안정적인 자금지원 등으로 정비사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추진위의
이해가 결부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시공업체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 지역에서 같이 살던 주민들
간에 마찰이 발생하고 특히, 이후 설립된 조합이 추진위 단계의 주민총회에서 선정한 시공사를 승계하지 못할 경우 이미 시공업체로부터 자금지원 등을
받은 추진위 관계자가 소송에 휘말려 형사처벌을 받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추진위
시공사 선정, 재개발 주민에게 이익인가?
 |
|
| ▲ 신촌구역 일대가 재개발 시행업체 선정을 앞두고 현수막과 상호비방 포스터로 몸살을
앓았다. 사진은 거리를 가득매운 현수막 모습. ⓒ이승희 |
|
또한 구역지정이 확정되지 않고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속에서 추진위가 ‘주민총회’ 명목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후
선정을 약속하는 것)은 추진위가 특정 건설사가 시공업체가 되도록 바람잡이를 하는 꼴이며, 조합원의 권리행사가 타인에 의해 이미 행해지는 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시공업체로 선정을 원하는 건설사가 추진위에 편법으로 지원하는 자금이나, 시공사 선정을 앞둔 홍보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상품 비용 등이 이후 분양 원가 등에 반영돼 결국 주민들의 부담으로도 환원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재개발을 통해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개발이익이 생길 수 있지만 시공사 선정을 둘러싼 과열 경쟁은
주민간 분열뿐 아니라 재산상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재개발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신촌구역의 한 주민은 구청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통해 구청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그는
“추진위 상호간 비방 벽보와 시공사의 홍보용 대형 선전물이 동네 구석구석까지 도배돼 정말 어지럽다”며 “조합도 설립 안 된 상태에서 시공사를
선정한다고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청은 하루빨리 문제점을 파악해 건설사, 정비업체, 추진위가 주민의 편에서 올바르게 일을
추진하고 예전의 평화로운 동네가 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
| ▲ 신촌구역 재개발 시행업체 선정에 앞서 한 참가업체가 주민들에게 모델하우스 방문을
시켜주기 위해 버스를 대절했다. ⓒ이승희 |
|
관할
구청은 수수방관하나?
상황이 이러함에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관할 행정기관은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모습이다.
부평지역에서 현재 주택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 관계자는 “추진위를 승인해 주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관할 관청이 이를 방임하고 있어 추진위
단계에서 시공사 선정을 둘러싸고 주민간 갈등과 법적 소송 등으로 이어지는 고질적인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관할 구청도 인정하고 있다. 부평구 도시정비과장은 “시공사 선정은 추진위에서 할 일이 아니라고 공문 등을 통해
수차례 공지해 추진위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실체(법적 행위 주체)가 없어
구에서 할 수 있는 제재 조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러한 절차에 대해 추진위와 시공업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추진위에서 선정한
시공권에 대해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없어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할 관청의
미온적인 행정지도에는 그동안 시공사 선정 시기에 대한 법조항이 모호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11조(시공사 선정) 1항에는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사로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주택재개발사업에 대한 규정은 없다.
개정법
8월 25일부터 시행 주택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 규정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23일 재개발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공사를 조합 인가 이후 선정하도록 관련법을 바꿔, 8월 25일부터 시행한다. 개정법 경과 조치를
보면 기존 시공권을 인정해 주는 근거가 없으며, 다만 8월 25일 이전 추진위 승인을 받은 사업장은 조합 설립 이후 시공사를 다시 뽑을 때
경쟁입찰을 하지 않아도 된다. 즉 기존 추진위가 뽑은 시공사는 법적 지위는 인정하지 못하고 추후 경쟁입찰만 피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부평구 도시정비과장은 “개정법에 주택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에 대해서도 규정을 해놓았기 때문에 개정법
시행일인 8월 25일 이후에는 조합 설립 이전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에 대해 행정기관이 가만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개정법 시행 전에 서둘러 전국의 재개발 추진위를 대상으로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현재 우리 구 신촌
재개발구역도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
필요
앞서 언급했듯이
건설사들은 재개발 사업 수주를 위해 추진위와 협조관계를 구축하길 원하고, 추진위는 빠른 사업시행을 위해 이를 받아들인다. 또한 추진위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해당 토지 등 소유자로부터 납부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아 시공사를 통해 편법으로 조달받기도 한다.
이는 부작용을 낳아 지난 200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추진위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게 하고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의 자격 요건(자본금 10억원법인의 경우 5억원이상 등)을 명시했다. 또한 추진위가 토지 등 소유자가
납부하는 경비 외에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로부터 차입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것이 아직까지 정착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즉
일부 시공사가 편법으로 추진위에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가 연결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가 법에 정해진 등록기준을 갖춰 자금 동원 능력 등이 있다면 애써 추진위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행정기관과 수사기관이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