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관련 보도

[한국경제]정부, 손발묶고 개발익만 빼앗아"

신촌지킴이 2006. 10. 21. 17:16

정부, 손발묶고 개발익만 빼앗아"

게재일: 2006-10-20
한국경제신문(부동산)

정부가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한 서울지역 17개 뉴타운에 대해 토지거래 허가제를 시행하면서 구체적인 개발이익 환수 방안까지 밝히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종전보다 토지거래 허가제가 한층 강화돼 주택 보유자는 기존 주택을 팔겠다는 '처분계획서'를 제출해야만 이 지구 내 주택을 매입할 수 있고 땅주인들은 최소한 1평 정도를 추가로 공원 및 녹지 용지로 내놓아야 하는 등 예상보다 부담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거래허가제 강화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어 거래가 거의 끊길 판에 공원·녹지 용지 등을 추가로 내라면 개발 이익을 다 빼앗아 가겠다는 말이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상가와 점포도 거래 허가받아야

19일 건설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재정비 촉진지구 내 6평(20㎡) 이상 토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거래 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지구 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취득 대상 주택의 토지이용 계획서,자금조달취득 계획서와 함께 기존 주택의 처분 계획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지구 내 취득 대상 주택은 이용 계획이 반드시 '거주용'이어야 하며 이미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 집을 어떻게 처분하겠다는 내용을 처분 계획서에 담아야 한다.

여기서 처분에는 매각이나 전세권 등기를 설정한 임대가 포함된다.

단,처분해야 하는 주택은 재정비 촉진지구와 동일한 생활 권역에 속한 곳에 있는 경우만 해당된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서울에 다른 집을 보유했다면 이 규정이 적용되지만 부산 등 지방에 다른 집을 가지고 있다면 처분할 필요가 없다.

이와 함께 5가구 이상 소유,시·군·구청에 임대 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지구 내 주택을 임대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

거래허가 대상에는 6평 이상의 상가와 점포도 포함된다.

상가 등을 취득하면 직접 운영하거나 자기 책임하에 지배인을 선임·고용해야 한다.

다만 상가는 주택과 달리 다른 곳에 상가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처분해야 할 필요는 없다.

주택과 달리 사업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토지거래 허가 요건을 위반,적발될 경우 3년간 토지 취득가(실거래가)의 최고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아파트 거래 허가는 부당 '반발'

특히 주민들은 아파트도 '거주용' 매입만 허용하는 등 주택 거래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며 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신길뉴타운 A공인 관계자는 "아파트는 아주 노후화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구역에서 '존치 지구'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데도 일괄적으로 아파트에도 거주용 매입만 허용하는 것은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뉴타운 등 재개발 지역의 토지지분 투자가 노후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에 집중되고 있다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기존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한 경우 처분해야만 지구 내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한 것도 너무 심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이 같은 규제는 매수세를 위축시켜 결국 지구 내 주택의 시세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이미 뉴타운 시절부터 투자용으로 매입해 놓은 경우가 상당수인 데다 거래 허가제가 적용된다는 예고에 팔 사람은 대부분 팔고 나갔는데 뒤늦게 거래 허가제를 강화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한남뉴타운 B공인 관계자는 "투기꾼이 아닌 기존 주민들조차 이사를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딱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타운처럼 사업 정체될 것'


이 때문에 벌써부터 정부 의도대로 과연 재정비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아현뉴타운 C공인 관계자는 "용적률과 층수에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개발 이익을 모두 환수하겠다는 게 당초부터 정부의 의도 아니냐"며 "여기에 거래허가제까지 강화되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정비 사업의 효과에 대해 더욱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공원 및 녹지 추가 제공 등으로 개발이익 환수 규모가 커질 경우 기존 원주민은 새로 짓는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다.

지구 내에는 노후 주택 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는 빈곤층도 많아 과다한 추가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정비 촉진지구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뉴타운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정선·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