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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와 투자

신촌지킴이 2007. 9. 5. 12:55
부동산 투기와 투자

허동훈 인천발전연구원 도시경영연구위원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투자는 무엇이 다른가? 부동산 투기 또는 투자에 대한 윤리적, 정서적 접근, 그리고 모순적 태도가 올바른 여론 형성과 정책 수립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투자와 투기를 구분해 보자. 경제학에서 투자는 기계와 공장, 원자재 등 자본재에 대한 지출을 의미하고 투기는 고수익을 얻기 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사거나 파는 행위다.

따라서 투기의 대상이 반드시 자본재일 필요는 없으며 부동산 매입은 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투자가 아니다. 경제학적 의미의 투자는 너무 제한적인 개념이므로 상식적인 차원에서 보기로 하자.

상식적인 정의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와 투기는 돈을 벌기 위한 매매 또는 보유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다를 게 없다. 다만 부동산 투기는 고위험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자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윤리적 접근이 지배하는 현실에선 이런 구분이 유용하지 않다.

그저 부동산 투기란 나쁜 것이고 부동산 투자란 건전한 것이라는 소박한 인식이 지배적일 뿐이다. 예를 들어 개발정보를 미리 입수하여 부동산 투자를 했다면 고수익 저위험이므로 원칙적으로 투기라 보기 어렵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부동산 투기라 부를 것이다.

부동산 투자와 투기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도 흔하다. 언론은 부동산 투기를 문제 삼아 공직(희망)자를 낙마시키는 동시에 부동산 투자 정보에 큰 지면을 할애하곤 한다. 투자 유망지역을 추천하면서 나중에 그 지역의 청약경쟁률이 크게 올라가면 청약광풍 또는 투기열풍이라고 기사를 쓴다.

부동산투기를 우려하는 척 하면서도 보유세 증가에는 비판적인 보수언론도 많다. 정부 정책도 다소 원칙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보유세 인상의 기본적인 방향은 맞지만 정부 정책은 특정지역과 다주택소유자에 대한 대책에 치중되어 있는데 이는 국민정서를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정서라는 것도 남이 하면 투기이고 내가 하면 투자라는 식이어서 문제가 많다. 은퇴한 노부부가 별다른 소득도 없이 10억원 상당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자. 투기와 무관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전세가 4억원이라면 6억원에 대한 이자 소득을 포기하고 사는 셈이다.

즉 이자가 5%라면 1년에 3천만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집값이 그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들도 이를 명시적으로 인식하지 못해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를 투기라 비난할 필요도 없고 실소유자라고 해서 세금을 낮춰줄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땅값이 크게 상승하고 보상비용이 증가하며 지주나 개발사업자가 개발의 사회적 비용을 일부만 부담하게 된다. 그 결과 정부예산이 낭비되고 타 지역 사람들이 세금으로 개발지역 지주나 개발사업자를 지원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거창한 개발계획 발표 후 특별단속반을 가동하고 세무조사 카드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무의미한 조치다. 제도적인 개선이 없으면 합법적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어도 오를 땅값은 오르게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유럽 일부 국가처럼 개발이익을 거의 전액 환수하거나 아니면 지주나 개발사업자들이 개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벌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고 이를 개념도 모호한 투기나 투자의 잣대로 구분하여 단속하거나 보호할 필요는 없다. 위장전입이나 탈세, 공직자의 개발정보 사전 이용 등 불법적 요소가 없으면 부동산 투자를 윤리적인 잣대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정부는 경제적 효율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있으면 시스템 자체를 정비하면 되고 국민들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세금을 세금폭탄이라고 부르지 말고 더 낼 각오를 하면 된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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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08-19 15:4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