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재생사업비 총 13조 8237억원…민간자본 93.7% 차지 금융위기 속 대부분 사업 SPC 구성, PF대출자금 조달
지난 6월 25일 열린 ‘2010년도 예산편성을 위한 구도심 활성화 분야 시민참여 예산토론회’에서 서구 가정오거리 도시개발사업과 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지구사업 등 이른바 도시재생사업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공공성 훼손 우려와 특수목적법인(SPC)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자금조달 방식의 문제점 등이 또 거론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상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 등을 제외한 인천시의 주요 도시재생사업은 13곳으로 총사업비는 13조 8237억원이다. 이중 민간자본이 12억 9526만원으로 93.7%를 차지하며, 국․시비 등 공공자본은 6.3%에 불과하다.
13곳 중 경인고속도로직선화사업과 월미은하레일사업 등을 제외한 주거와 관련된 도시개발사업과 재정비촉진사업은 8곳에 이른다. 이 8곳의 총사업비는 13조 337억원이며, 이중 공공자본은 2451억원(전액 시비)으로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아울러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지구와 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사업지구 등 주거 관련 사업지구 8곳 중 5곳이 SPC를 구성해 PF방식으로 민간자본을 가져와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며, SPC가 아닌 2곳도 PF대출 자금조달 방식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업지구가 PF대출에 의한 자금조달 방식이다. 때문에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주거환경과 질을 개선하는 공공사업인 도시재생사업의 본래 목적인 ‘공공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SPC에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지분을 갖고 참여해 공기업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도 제기했다.
강명구 서울시립대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은 주거안정과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될 경우 투기가 우려된다”며 “또한 공공사업임에도 불구, 시 예산이 5%도 채 안 된다. 돈이 없다 보니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자본을 끌어오게 되는데 당연히 공공성의 한계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재정착률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 공공성 실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시는 국․시비 지원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고 주민 재정착률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사업 대부분이 SPC 구성을 통한 PF방식이다. 공공성이 어떻게 담보되냐?”고 비판한 뒤, 투명성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지구의 경우 인천대 송도이전에 따른 캠퍼스 신축비용이 당초 2400억원 규모였다. 헌데 SPC에서 1100억원가량 사업비 증액 요구가 들어왔다. 어떤 내역인지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SPC에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증액 분을 누가 부담할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금융권 대출이 한계에 이르렀다. 투명성 문제와 재정 건전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화구역 외에도 인천도시개발공사가 SPC에 참여하는 곳은 5군데나 더 있다.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의 2009년 전체 세출예산은 7조 2175억원으로 2008년 5조 5109억원보다 30.1% 증가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을 총괄하는 도시재생국의 예산은 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0.5%(253억원)에서 2009년 0.6%(443억원)로 비슷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밝힌 대로 2010년도 도시재생국 사업예산이 225억원(국ㆍ시비 포함)으로 확정될 경우 비중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즉, 국ㆍ시비 확보를 통해 공공성을 제고 하겠다는 시의 계획은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동시 개발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탓 순차적 개발ㆍ공공성 제고방안 찾아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천시가 2009년 세계도시축전과 2014년 아시안게임을 겨냥해 무리하게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장금석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2014년에 꿰맞추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할 순 없다”며 “대부분 사업의 자금조달 방식이 금융권을 통한 PF대출 방식이다. 금융위기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정부조차 PF대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도시재생사업 외에도 시가 주요 구도심 활성화 사업으로 내세운 월미은하레일 사업 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송원 사무처장은 “경인고속도로 직선화(일반 도로화) 사업의 경우, 경인고속도로는 인천항과 수도권 배후시장을 연결하는 주요 물류통로다. 그 주변지역으로는 공업지역이 들어서있다. 그곳 기업인들의 의견은 반영된 계획인가?”라고 비판한 뒤, “시의 도시균형 발전계획이 1거점 2축 사업에서 4거점 4축으로 확대됐다. 인천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드는 계획이다. 민선4기 1년 밖에 안 남았다. 이제 사업을 더 벌일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해 교통정리를 할 때다. 예산도 없고 PF도 어려운 상태에서 재정위기와 부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금석 처장은 “시가 자유공원주변에 근대건축물 재현사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존슨톤알렌별장 자리는 현재 한미수교탑이 들어서 있고, 세창양행사택자리에는 맥아더 동상이 있다. 즉, 사실상 지을 수 없게 돼있다. 게다가 설계도도 없다”며 “그야말로 졸속 추진이다. 드라마 세트장 지을 게 아니라면 재검토해야하고 차라리 미니어처 지어서 입장료 받는 게 낫다”고 혹평했다.
아울러 그는 “월미은하레일(모노레일)사업도 마찬가지다. 2009년 도시축전에 무리하게 맞추다 보니 부실이 발생한 것 아니냐? 그래서 결국 공법을 바꿔 시공하게 됐다. 공사 지체에 따른 부담비용만 200억이 넘는다. 시민안전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행태다. 원인을 규명하고 반드시 시공사에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허식 인천시의회 의원은 “시민사회진영의 공공성 훼손 우려 지적과 단계적인 개발에 공감한다.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이주대책 마련과 재정착률 제고를 위한 조례를 만들 예정이다. 보상비와 분양가가 비슷해야 재정착이 가능하다. 정부차원에서 사업지구의 기반시설 비용 50%까지 지원하는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어 시에서도 조례를 통해 원주민에게 건축비를 실비로 제공하는 방안을 찾으면 정착률이 제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민 51% 반대서명 받아오면 안 하겠나?” 참가 시민 질타에 얼굴 벌게진 전문가들
시의 예산편성(안) 발표와 지정토론이 있은 뒤 참가 시민들의 현장 토론이 진행됐다. 인천역 주변 도시재생사업지구에서 왔다는 오아무개씨는 도시재생사업의 문제점을 전문가보다 더 잘 지적해 전문가들의 얼굴을 벌겋게 만들었다.
오씨는 시를 향해 “시가 서구 가정오거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 지역 가격이 ‘2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랐다’며 자산가치가 높아졌다고 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만 올랐나? 이사 갈 지역은 7000만~8000만원 하던 게 1억 3000만원 내외로 올랐다. 수용당하면서 보상받은 돈으로는 갈 때가 없을뿐더러 재정착은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전문가를 향해 “전문가님들 매번 오시면 주민의식 바뀌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멋진 그림(조감도)만 보여주면서 말씀한다. 서울 뉴타운 재정착률이 15%다. 인천도 수용지역은 잘해봐야 10%다. 내가 살 수 없는데 지역에 무슨 애정과 자긍심이 생기냐?”며 “주민을 위해 주민들이 원하니 한다고 하는데, 대체 주민들은 하지 말라고 하는데 왜하냐? 51% 반대서명 받아오면 안 한다고 하겠냐?”고 재차 쏘아붙였다.
끝으로 그는 시가 밝힌 ‘주민들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인천역 주변 도시재생사업이 시 계획대로라면 9월 정비계획 수립을 결정하고 고시된다. 지난 4월 주민대표 뽑으라고 해서 뽑았다. 9월 고시한다면서 여태껏 주민과 회의 한 번 없다”며 “예산을 보니 우리 구역 시 예산이 3억인데, 내 집 처분하면 한 2억 나올 텐데 그럼 내가 추진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의 질문과 비판은 “시간 관계상 주최 측의 답변이 어려울 것이라는…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따른 문제점 비판으로 알겠다…”는 사회자(김호철 단국대 교수)의 정리발언과 함께 인천시의 답변도 듣지 못한 채 묵살되고 말았다. 시민참여 예산토론회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형평성 시비 휘말린 시민참여 예산토론회 알고 보니 말 못할 전문가들의 속사정
6월 5일 항만물류분야를 시작으로 6월 내내 분야(9개)별 2010년도 예산편성을 위한 시민참여 예산토론회가 열렸다. 그 중에서 이번 도시재생사업 분야 토론회는 어느 토론회보다 지정토론자 구성에서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에 참석한 지정토론자 중 시민단체 관계자를 제외한 전문가 3인이 사실상 인천시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관련돼있다. 심지어 토론을 공정하게 주관해야할 사회자마저 인천시의 사업성을 부각시키는 발언으로 토론회를 마무리해 참가단체들의 빈축을 샀다.
강명구 서울시립대 교수는 가좌IC주변 도시재생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정현원 김포대학 교수는 인천시 도시계획위원이면서 도시재생위원이다. 또한 조상운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실장은 도시균형발전 기본계획(4거점 4축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토론회를 지켜본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패널이 저렇게 구성되니 무슨 비판을 할 수 있겠나, 싶었다. 원론적인 얘기밖에 안 한다. 공공성 훼손이 우려되고 PF방식이 문제 있다는데 전문가들이 문제점에 대한 검토는 안 하고 오히려 PF방식을 위해 시가 홍보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한다니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대학교수는 실내디자인이 전공이라는데 패널 구성에 문제 있는 것 아닌가?”라며 “사회자 또한 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만 역설했는데 전체적으로 내용은 고사하고 공정성 자체를 상실한 토론회였다. 그리고 인천에는 전문가가 없나? 왜 다들 서울과 경기도에서 초청했는지 이해 안 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대유 시 도시재생국장은 여러 비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도화사업지구는 보상을 PF로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고 문제점을 일부 인정한 뒤, “SPC는 토지주가 주공(토공), 시가 되면 문제없다. 도시재생사업은 기본적으로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다. 가정오거리 도시개발사업지구의 모델은 공공이 전면 수용한 것으로 도화지구와 다르다. 향후 가정오거리 모델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