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관련 보도

[매일경제][취재노트] 두 마리 토끼 놓친 高분양가

신촌지킴이 2006. 9. 19. 18:50

[취재노트] 두 마리 토끼 놓친 高분양가
두 달쯤 전이었다.

한 건설사 임원이 이런 말을 했다.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서울시 산하에 SH공사가 있잖아요. 은평뉴타운은 보상까지 거의 끝냈는데 분양을 판교 이후로 미루려고 해요.

 

아무래도 분양가를 높여야 되겠는데, 건설교통부와 주공이 판교 분양가를 얼마나 올려놓는지 지켜보자는 거죠."

 

설마 하던 일이 두 달 후 현실로 나타났다.

평당 1800만원대 판교 분양이 끝나자 곧바로 은평뉴타운은 1500만원대 분양가를 발표했다.

 

판교가 매를 맞았으니 쉽게 편승하자는 전략인 듯하다.

 

그리고 이틀 후 이런 전화가 신문사로 걸려왔다.

 

일산ㆍ탄현을 지나 봉일천 방면 야산 모퉁이에 `나홀로` 아파트가 있는데, 그곳에 사는 세입자의 제보였다.

 

"들판에 대단지다 보니 분양도 안 되고 수년간 거래도 없었어요. 10여 일 전만 해도 48평형이 2억원을 밑돌았죠.

 

지금은 2억7000만원 불러요. 파주 운정에서 평당 1300만원이 결정되자 투기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거든요. 부녀회는 한술 더 떠 3억원 이하에 절대 팔지 않기로 했답니다 .

 

오래된 아파트라도 하나 사고 싶었는데, 이제 쳐다보지도 못하게 됐네요."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펴겠다던 정부가 경쟁하듯 분양가를 높여놓는 바람에 서민만 죽게 생겼다는 말도 그는 덧붙였다.

 

아파트 고분양가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건교부가 스스로 `거품`이라고 얘기했던 주변 시세의 90%를 인정하는 바람에 판교 인근 분양가와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주변 시세의 두 배를 매긴 은평뉴타운은 `만년 제자리`던 강북 집값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파주에서는분양가를 11%나 낮췄지만 투기 열풍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작년에 뚝섬 상업용지 입찰로 1조원을 남긴 서울시는 은평뉴타운 2066가구 분양에서 680억원을 남긴다고 밝혔다.

 

그 돈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 집값 상승으로 수조 원의 사회비용을 날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제 인근 주민은 집을 팔고 두 배를 줘야 은평뉴타운에 입주할 수 있게 됐는데….

 

은평뉴타운은 당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북의 베벌리힐스`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그린벨트를 풀었으니 용적률이 200%를 넘기 어려웠는데 아예 친환경 신시가지로 만들겠다며 140%로 낮췄다.

 

한때 390% 용적률을 적용한 강남에 비하면 분양가가 싼 편이라는 강변도 이래서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급 신시가지를 만들어 강남ㆍ북 집값 차이를 줄이겠다는 게 뉴타운의 본래 목적이었으니까 가격만 놓고 논란을 벌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벌리힐스를 꿈꾼다는 은평뉴타운의 임대 비중이 30%에 달하는데 부자들이 몰리겠는가. 결국 서민주택 공급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분양가만 높인 격이다.

 

개발이냐 환경이냐는 선택 사항이다.

정부가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야지 독선과 아집으로 국민들에게 이 정도는 내고 살라고 강요할 일은 아니다.

 

시장경제에서 정부 몫은 규제가 아니라 시장 실패의 보완이다.

부동산 시장을 가격 자율 기능에 맡기되 부족한 것을 채워주면 된다.

 

우선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대책이 우선순위다.

강남에 타워팰리스를 1만채 짓는다면 누가 관리비를 몇 백만원씩 내고 살겠나. 용적률에 집착하기보다 도심의 고밀도 재개발로 충분한 주택 공급 스케줄을 내놓아야 한다.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1ㆍ2ㆍ3순위로 사전청약을 받는 등 특단의 공급대책도 필요하다.

 

그린벨트에 임대주택을 짓는 우를 범할 게 아니라 선진국처럼 시내에 초고층 임대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면 전세난도 해결된다.

 

둘째로는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공기업이 땅장사, 집장사 해서 직원 월급을 올린 게 아니라는 식은 곤란하다.

 

공공재에서 5% 이익 대신 5%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기반시설비용은 공기업이 부담하는 게 맞다.

각종 부담금과 금융ㆍ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달동네 재개발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완전한 시장 정보가 필요하다.

분양가가 적정한지 원가를 자세히 공개하고 시세가 거품인지 알 수 있도록 실거래가를 완전 공개해야 한다.

 

`대책을 거스리지 말라`는 오랜 부동산 격언이 있다.

지금은 역으로 정부가 시장을 거스리지 말라는 격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시장 흐름을 역주행할 경우 예상치 못한 반발로 부작용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택수 부동산부 차장 ffj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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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9 17:11:0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