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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훈 칼럼]보존보다 더 나은 개발은 없다
입력: 2006년 10월 25일 14:58:56
이 시대 줄기차게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 있으니 개발이란 이름의 괴물이다.
모든 개발이란 개발은 한마디로 지금보다 뭔가를 더 낫게 해보려는 행위를 말한다. 지능이나 재능을 발달시키고 유익한 생각을 만들어 내는 개발이야 많을수록 좋지만 토지나 천연자원을 개척하여 산업 경제화시키는 개발이 무조건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당장 좋아 보이는 개발 계획들은 청사진의 색상처럼 희망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어두운 절망의 씨앗을 지니고 있는 수가 많다.
어떤 경우는 개발의 빌미가 되는 현재상황이란 것이 가만히 두었거나 당초에 잘 했으면 되었을 것을 어리석게 망쳐 놓고는 뒤늦게 후회하면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경비를 들여 가며 행차 뒤에 나팔인 경우도 많다. 각 도시의 각종 재개발도 따지고 보면 당초 개발전략이 뭔가 잘못되어 다시 개발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래된 동네를 부수고 재개발을 하는 경우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값이 오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민들이 환영하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경축 재개발사업승인’ 등의 현수막을 보면 우울하기 짝이 없다. 아니 수 십 년 살던 동네와 집과 이웃과 추억과 삶의 흔적이 통째로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그리 경축할 일인가 말이다.
삶이 배어 있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사람들과의 모든 관계를 증언하는 삶터라는 장소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기뻐해야 한다면 그동안의 삶은 얼마나 지난했단 말인가. 민간 수요와 자금이 가동되는 시장의 흐름이야 백번 이해하며 넘어 간다 치지만 공적자금과 사회공동의 자산과 자원에 대한 공공개발 부문에서 그러한 현상을 보는 일은 더 우울한 일이다.
우리의 도시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자연 물길을 끼고 있는데 한동안 하천 둑을 콘크리트로 직선화시키더니 이제는 친환경이니 복원이니 하면서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궁리를 하느라 수선을 떤다. 처음부터 물의 흐름을 살피고 하천생태를 존중했다면 그 많던 물고기 씨를 말려놓고 한 두 종류 돌아 왔다고 뒤늦은 호들갑은 떨지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한강 여의도 옆에 철새의 낙원(?)이라 불리는 밤섬이 있다. 섬이라 부르기엔 쑥스러운 강 복판의 모래톱이지만 서울 도심을 흐르는 한강에 그만한 서식지가 귀해서 해마다 수 십 종의 철새가 날아든다. 한강 풍경이 살아 있음에 한 몫 한다. 십년 전 밤섬을 가로 질러 서강대교를 놓을 때 철새도래지를 해친다고 시끄러웠는데 그것은 자연을 사랑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아니라 결국 철새의 힘이었다.
나는 밤섬 철새가 비상할 때마다 추락하는 개발의 잔영이 떠오른다. 마포팔경의 하나로 작은 해금강으로 불리며 17대를 이어 62가구 443명이 살고 있던 밤섬은 1968년 2월 폭파 해체된다. 옆의 여의도 제방 건설에 필요한 석재를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여의도를 얻고 밤섬을 잃은 지금 아무리 돈과 노력을 쏟아도 우리는 밤섬을 절대로 다시 만들 수 없다. 밤섬이 그대로 있었다면 도시풍경 관광 환경…등의 재화가치는 얼마나 높을 것인가. 때론 하지 않는 것이 개발의 방책이고 개발의 이름으로 남기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우리가 철새보다 조금이라도 낫다면 말이다.
〈이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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