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관련 보도

재개발사업으로 밀려난 산동네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신촌지킴이 2007. 1. 13. 14:55
[시가 있는 풍경] 순대 아줌마
재개발사업으로 밀려난 산동네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텍스트만보기    이승철(seung812) 기자   
▲ 재개발사업으로 모두 떠나버린 산동네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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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사업이 한창인 산동네 풍경이 소한 강추위에 더욱 을씨년스럽다. 얼마 전까지 다닥다닥 붙어있던 작은 집들이 그사이 거의 다 헐리고 여기저기 바다 가운데의 작은 섬처럼 외롭게 남아 있는 집들이 더욱 썰렁해 보인다.

작은 집들이 올망졸망 둘러 앉아 가난한 살림살이 걱정을 함께 나누던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하늘 높이 치솟은 아파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저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 중에 전에 산동네에 살던 사람들은 몇 퍼센트나 될까?

대부분 또 다른 산동네나 변두리지역으로 밀려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에 지난 겨울에 만났던 순대 아줌마의 소식이 궁금하다. 춥고 어두운 밤거리를 작은 손수레에 순대와 찹쌀떡을 싣고 "순대~에" 하고 외치며 골목길을 누비던 그 아주머니.

▲ 오늘밤에도 저 골목길 어디에선가 "순대~에" 소리가 들릴 것 같다.
ⓒ 이승철
순대 - 에
깊어 가는 겨울밤
얼어붙은 골목길에
울부짖듯 외치는 쉰 목소리

순대 - 에
공사장 막노동판 찌들은 술타령에
병들어 퀭한 눈 아랫목에 누운 남편
사글세방 문 열고 나설 때
아쉬운 눈빛으로 배웅하던 삼 남매
가슴 뭉클 메어 오는 저릿한 아픔으로
흔들리는 발걸음에 힘을 싣는다.

순대 - 에
길 건너 아파트 촌
따뜻하고 아늑한 방
창밖으로는 차가운 불빛만 흐르고
서러운 하늘 높이 별빛도 싸늘한데
시린 손등으로 훔쳐 닦은 눈물이사
그냥 그대로 흔적으로 남겨두고

순대 - 에
누군가 부르는 듯
마음은 달려가고
골목길 어둠 속엔 목소리만 남는다.

-자작 시 <순대 아줌마> 전문-


▲ 아직 헐리지 않았지만 텅 빈 집이다
ⓒ 이승철
<시작 노트>

추운 겨울철이면 산동네와 인근 아파트 지역까지 작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순대~에" 하고 외치며 순대와 찹쌀떡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3년 전 겨울 어느 날 밤 우연히 마주친 그 아주머니는 40세 전후로 보였는데 목소리와 억양이 특이하여 내가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아주머니의 목소리에는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한, 조금은 울음이 섞인 듯 하기도 하여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순대를 조금 사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었지만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마주보는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정말 무슨 질문이라도 하면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침 순대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는 다른 아주머니를 통해서 사연을 들을 수가 있었다. 본래 주벽이 심했던 남편이 몇 년 전 건축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다쳤다고 한다. 보상금을 조금 받았지만 치료비와 술타령으로 모두 써버리고 산동네 사글세 단칸방에서 올망졸망 3남매를 키우며 어렵게 산다는 것이 그 아주머니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아주머니는 벌써 몇 년째 병들어 들어앉은 남편과 아이들을 봄부터 가을까지는 남편 대신 공사장을 전전하며 막노동을 하고 겨울철에는 해마다 순대와 찹쌀떡 장사로 어렵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그 산동네를 다시 찾아가보니 마을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재개발사업으로 마을의 집들이 모두 헐리고 텅 빈 모습이 황량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다. 여기저기 쓸쓸한 섬처럼 남아있는 몇 채의 집들도 모두 빈집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어디로 갔을까? 오늘 밤에도 어느 골목에선가 예의 "순대~에"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