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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들이 올망졸망 둘러 앉아 가난한 살림살이 걱정을 함께 나누던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하늘 높이 치솟은 아파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저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 중에 전에 산동네에 살던 사람들은 몇 퍼센트나 될까? 대부분 또 다른 산동네나 변두리지역으로 밀려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에 지난 겨울에 만났던 순대 아줌마의 소식이 궁금하다. 춥고 어두운 밤거리를 작은 손수레에 순대와 찹쌀떡을 싣고 "순대~에" 하고 외치며 골목길을 누비던 그 아주머니.
깊어 가는 겨울밤 얼어붙은 골목길에 울부짖듯 외치는 쉰 목소리 순대 - 에 공사장 막노동판 찌들은 술타령에 병들어 퀭한 눈 아랫목에 누운 남편 사글세방 문 열고 나설 때 아쉬운 눈빛으로 배웅하던 삼 남매 가슴 뭉클 메어 오는 저릿한 아픔으로 흔들리는 발걸음에 힘을 싣는다. 순대 - 에 길 건너 아파트 촌 따뜻하고 아늑한 방 창밖으로는 차가운 불빛만 흐르고 서러운 하늘 높이 별빛도 싸늘한데 시린 손등으로 훔쳐 닦은 눈물이사 그냥 그대로 흔적으로 남겨두고 순대 - 에 누군가 부르는 듯 마음은 달려가고 골목길 어둠 속엔 목소리만 남는다. -자작 시 <순대 아줌마> 전문-
추운 겨울철이면 산동네와 인근 아파트 지역까지 작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순대~에" 하고 외치며 순대와 찹쌀떡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3년 전 겨울 어느 날 밤 우연히 마주친 그 아주머니는 40세 전후로 보였는데 목소리와 억양이 특이하여 내가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아주머니의 목소리에는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한, 조금은 울음이 섞인 듯 하기도 하여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순대를 조금 사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었지만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마주보는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정말 무슨 질문이라도 하면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침 순대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는 다른 아주머니를 통해서 사연을 들을 수가 있었다. 본래 주벽이 심했던 남편이 몇 년 전 건축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다쳤다고 한다. 보상금을 조금 받았지만 치료비와 술타령으로 모두 써버리고 산동네 사글세 단칸방에서 올망졸망 3남매를 키우며 어렵게 산다는 것이 그 아주머니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아주머니는 벌써 몇 년째 병들어 들어앉은 남편과 아이들을 봄부터 가을까지는 남편 대신 공사장을 전전하며 막노동을 하고 겨울철에는 해마다 순대와 찹쌀떡 장사로 어렵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그 산동네를 다시 찾아가보니 마을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재개발사업으로 마을의 집들이 모두 헐리고 텅 빈 모습이 황량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다. 여기저기 쓸쓸한 섬처럼 남아있는 몇 채의 집들도 모두 빈집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어디로 갔을까? 오늘 밤에도 어느 골목에선가 예의 "순대~에"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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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seung812) 기자 


